[조선일보] 흥민아! 태극전사들아! 절박할 때 살아나야 대한민국의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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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엄홍길휴먼재단 작성일22-12-02 13:37 조회1,439회 댓글0건본문
[조선일보_정병선 기자]
"흥민아! 태극전사들아! 절박할 때 살아나야 대한민국의 사나이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완등 산악인 엄홍길이 월드컵 태극전사들에 전하는 응원
흥민아!
넌 대한민국의 사나이다. 지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 수 있겠지만 너는 대한민국의 캡틴(주장)이다.
혼자 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지금 너를 믿고 나서는 태극전사들을 보살피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나서야 한다.
팀의 주장은 항상 외롭지만 리더십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난 누구보다 널 이해한다. 너도 나도 발로 살아온 인생이지 않는가?
난 두발로 히말라야의 8000m봉 16개를 올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2년이 걸렸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16개 봉우리 하나 하나를 오를 때마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지금 흥민이도 16강에 오르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다 쓰고 싶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8000m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육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을 경험했다.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 순간 난 저 세상 사람이 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엄홍길 대장(가운데)이 1일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손흥민과 태극 전사들에게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선전과 승리를 당부했다. /엄홍길 휴먼재단
흥민이도 생각하자.
지금 흥민이나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지쳐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약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대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했기 때문에 혼자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아니 혼자가 아니다.
나보다도 더 팀과 한국의 축구팬들을 위해서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
흥민아!
1차전에서 니 발에 난 상처를 보고 마음이 찡하더라. 양말을 갈아 신는 모습에서 뭉클했다.
안와골절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채 마스크를 쓴 모습도 안스러운데 발까지 부상당하면 어쩌나 안절부절 했지.
하지만 다시 일어서 그라운드에 힘차게 나서는 모습을 보고 진정 사나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동상 걸려 발가락을 자르고 성한 발가락이 없다.
누구나 겉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누구도 모르는 곳에 큰 아픔과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성과를 이뤄내야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에서 태극전사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았다.
승부의 세계에서 패할 수 있지만 패배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말로 새로운 도전에 필수적이다.
1차전 2차전은 잊자.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만 생각하자.
나는 3차전을 보는 동안 안나푸르나 등정 순간을 생각 하려고 한다. 안나푸르나는 결코 쉽게 정상을 밟을 수 없었다. 4전5기 끝에 올랐다.
그 고통의 과정이야 오죽 했겠냐? 그 험난한 과정을 복기하며 태극 전사의 3차전을 보려고 한다.
안나푸르나봉을 오르다가 셰르파를 살리기 위해 자일을 잡았다가 발목이 180도 꺾이고 2박3일 빙하 설산을 헤쳐 나와 살아났다.
발목 수술하고 의사들이 등반은 절대 안된다고 무리라고 했지만 다시 10개월 만에 안나푸르나봉 도전에 나서 결국 정상을 밟았지.
너의 모습을 보면 그때의 날들이 살아난다. 1997년 겨울에 1명의 셰르파(라티)가 죽었고
1999년 정상에 서고서도 대원 지현옥과 카미 도르지 셰르파가 원정 중 사고로 사망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뼈를 깎는 고통의 순간을 경험했다. 어떤 극한 상황이라도 목표를 이루고자 하면 이뤄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도전하고 성취한다는 것은 평범한 조건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악조건에서 그리고 처절한 환경을 뚫고 일어나야 한다. 절박한 순간 처절한 사투를 뚫고 이겨내야 진정한 사나이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흥민아!
오늘 밤 마지막 투혼을 보여주라. 진인사 대천명이라지 않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자승최강이라는 말을 잊지말자.
자기를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손흥민! 그리고 대한민국 태극전사들 화이팅!
12월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엄홍길 산악인·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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